원래는 올해 회고를 쓰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두 개로 나눴습니다.
1. 개발자가 되기까지(인생 회고)
2. 2021년 회고
회고는 편한 말투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1. 개발자가 되기까지
개발자가 되려는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내가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일반적인 과정(4년제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거쳐서 취직한 게 아니라 조금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뭐 얼마 복잡하지도 않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조금 특별한 과정을 거쳐서 개발자가 되기로 했으니 조금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 고등학교 선택부터
아니, 고등학교 얘기부터한다고??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ㅋㅋ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을 설명하려면 고등학교 선택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내 선택의 방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중학생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인문계를 가지 못 했다.
맘먹고 가려면 아예 못 가는 건 아니었지만
당시에 마이스터 고등학교라는 게 새로 만들어지는 데,
학비가 무료고 졸업 후에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는 소리에
결정하게 됐다.
그리고 이 선택이 분기점이 돼서 앞으로의 인생의 방향을 좌우하게 됐다.
내가 이전 글에서 1년 만에 개발자가 됐다고 이야기했는데,
사실 프로그래밍 자체는 작년에 처음 해본 게 아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동안 기능반 활동을 하면서 C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해봤다.
(이때 프로그래밍을 딥하게 해본건 아니었다.
for문이나 if문을 이용해 로봇을 움직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C의 핵심인 포인터는 거의 써보지 않았다.)
기능반은 기능대회라고 하는 대회를 준비하는 동아리라고만 알면 되는데
내가 있던 기능반은 로봇청소기 같이 생긴 로봇에 프로그래밍해서
미로를 탈출하는 등의 과제를 해결하는 기능반이었다.
대회가 가까워지면 주말이나 방과 후에 쉬지도 못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재밌게 보냈다.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재밌었지만
기능반 활동을 하면서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성과를 달성하진 못했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졸업 후에 대학을 가지 못하고
취직을 하는 게 강제였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취직을 노렸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최종면접까지 꽤 가곤 했다.
그런데 거의 마지막까지 취직하지 못했다.
기능반 활동을 하면서 성적을 관리를 잘해서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면접을 못 본 탓에 3학년 마지막 학기까지 취직하지 못했었다.
그나마 C언어를 배웠고, 프로그래밍을 조금 할 줄 아니
프로그래머를 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서 하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대우가 안 좋은 편이기도 했고 고졸인 상태에서
대기업을 가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을 가는게 부모님 입장에선 맘에 안 드셨던 것 같다.
결국 마지막까지 취직 준비하다가 판교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 중 한 곳에 취직하게 됐다.
가끔 이때 개발자가 되기로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계속 개발자를 하게 됐을지 아니면 다른 길로 갔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3. 첫 회사 생활
첫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당시 인사팀장이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여러분은 이 회사에 들어온 이상 앞으로 중산층입니다.'
그런데 연봉 계약서에 사인할 때 본 연봉은.....
이천만원이었다. ㅋㅋㅋㅋ
이천만원 주고 중산층이라니 ㅋㅋㅋ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대사다.
그래도 좋은 팀에 걸린 덕분에 회사 생활 자체는 편하게 했다.
거의 무조건 9-6이었고, 어쩌다 하는 야근도 1년에 10번 이하였다.
회사 생활이 편하기도 하고, 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보니 계속 다닐 수 있었다.
다만 평생 다닐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는데
1년에 연봉이 100만 원씩 올랐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십몇 년을 다니고 대리를 달아도
대졸 신입사원보다 받는 연봉이 적을 게 뻔했다.
그래도 계속 다녔던 이유는
직장을 3년 다니면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교를 갈 수 있어서
3년 다니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있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계획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다.
(여담으로 이때, 개발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우리팀은 외주개발사가 개발을 잘해서 빨리 퇴근했는데
옆팀의 개발자들은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 것을 보고
재능이 없으면 개발자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나중에 바뀌긴 했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4. 군대를 다녀온 뒤에
회사를 2년 다니고 아직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기 때문에
군대를 다녀오게 됐다.
만약 작은 회사를 갔더라면 병역특례로 군대를 안 가기도 한다는데
나는 애매하게 큰 회사였기 때문에 연봉도 작지만 군대도 가게 됐다.
어쩌다 보니 해군을 갔는데
군 복무지에 내가 가진 모든 운을 소모한 것인지
군대 자체는 정말정말 좋은 곳으로 가서 힘들지 않고 제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오고 회사에 복직하게 됐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바로 회사에서 나가게 됐다.
내가 군대를 간 사이 회사 자금 사정이 나빠져서
당시 신입으로 뽑았던 사원들과 자진해서 퇴사할 사람들을 권고사직했다고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고, 제대한 지 하루 만에 백수가 됐다.
사실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는데
이미 회사 사정이 어려운 건 알고 있었고
(내가 받은 연봉만 봐도 알 거 같다)
제대 전에 먼저 군대 갔던 동기에게 회사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동기가 사정을 다 이야기해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다.
그래서 나도 제대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 볼 수 있었다.
결론은 두 가지 생각으로 압축됐는데,
1. 공기업, 공무원 같은 평생직장을 간다.
2. 전문적인 일이나 기술을 배운다.
여기서 나는 1번을 선택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면서 위로금과 퇴직금을 받았기 때문에
2년 정도는 취직 준비를 해도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그리고 이미 고등학교 때, 몇 번 최종면접까지 갔었던터라
고졸전형으로 공기업을 쉽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이 지난 동안
공기업 인적성 시험은 NCS 시험이라는 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처음 준비하는 NCS 시험은 너무 어려웠고
취직 준비를 하는 첫 해에 간신히 최종면접까지 2번 갔지만
이때도 면접을 잘 못 봤고 둘 다 떨어지게 됐다.
(면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은 것과
다른 고졸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데 이에 대해
설득력 있게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 독이 됐었던 것 같다.)
첫 해에 이 정도면 다음 해엔 취직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취준 2년째에 돌입하게 됐다.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한 결과
2년 차에는 어떤 곳에도 필기 합격을 할 수 없었다. ㅠㅠ
(대신 늘게 된 건 롤에 꼬라 박은 시간 + 롤 대회 시청 시간 + 농구하는 시간이었다.
제대하고 첫 해에 처음으로 롤 랭크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 해에만 1000판 넘게 롤만 했다.
그리고 롤 대회 보는 것도 너무 재밌어서
거의 한 경기도 빠짐없이 모든 경기를 봤던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취직 준비하니 당연히 될 턱이 없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한전 필기가 떨어진 날이 대학 수시 2차 마지막 날이었는데
부모님이 전문대 정도는 나오는 게 좋다고 하셔서
수시로 전문대를 가기로 했다.
딱히 뾰족한 수도 없어서 전문대를 가기로 했는데
하루만 더 늦게 떨어졌어도 수시 2차가 마감돼서
전문대는 가지 못 했을 거다.
결국 26살에 전문대에 입학하게 됐다.
5. 전문대에서
전문대 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건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낮에 대학은 못 갈 줄 알았건만
전문대에서라도 대학 생활을 해보게 됐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학 생활은 정말 재밌었다.
선택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고등학교 때와 같은 전자과로 입학했는데
이미 고등학교 때 다 배웠던 걸
배워서 별로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동기들을 가르쳐주면서
다녔기 때문에 보람도 있었다.
사실 전문대에 입학하면서 세웠던 계획은
4.5/4.5로 졸업해서 정유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위에서 말했듯이 계획대로 된 적은 거의 없다. ㅋㅋㅋ
첫 학기부터 교양과 전공 하나를 말아먹어서
시작부터 꼬였다.
다른 강의는 전부 A+이었는데, 두 과목을 망쳐서
4.25로 시작하게 됐다.
그래도 두 번째 학기 때는 이를 갈고 해서
4.5를 맞긴 했는데
2학년부터는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수업도 온라인으로 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욕심이 줄어들어서 4점 중반대로 졸업을 했다.
사실 2학년 학기 중에 정유사나
반도체 생산직으로
취직하려고 했지만
필기에서 다 떨어져 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떨어진 게
나쁜 것 같진 않다.
결국 하고 싶은 일도 찾았고
교대근무도 안 하게 됐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문대에서 전공을 살려서
취직하지는 못했지만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을 계기는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 학기 때 라즈베리 파이를
사용한 강의에서 파이썬을 배웠다.
전에는 C언어로만 프로그래밍을 해봤는데
문법이 간단한 파이썬은 신세계였다.
고등학생 때 못 풀었던 백준 문제를
8, 9년 만에 파이썬으로 다시 풀었는데
단 몇 줄로 풀리는 게 너무 재밌었다.
계속 풀다 보니 알고리즘에 흥미를 가지게 됐고
개발자로 취직할 때 코딩 테스트라는 걸로
알고리즘 시험을 본다길래
그때는 알고리즘만 잘하면 취직할 수 있는 줄 알았어서
알고리즘 문제를 단계별로 풀었다.
그래서 나는 알고리즘 문제 풀이를 시작으로
어떻게 하면 개발자가 될 수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고 담당교수님에게도 상담을 해봤다.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서
나는 안드로이드를 할 거고, 독학으로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교수님은 웹을 하고, 교육을 받으라고 권유해주셨다.
하지만 재밌게도
결국에는 나는 웹 백엔드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끝까지 독학하지 않고, 국비 학원을 가기로 했다.
교수님 말씀대로 된 게 너무 재밌었다.
이때가 작년까지의 일이고
올해 회고는 진짜로
바로 다음에 올릴 글에 써보려고 한다.
6. 마치면서
이 글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로 내가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이뤄진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아예 없다가 아니라
거의 없다고 이야기 한 이유는
2021년 올해는 나름 계획한 대로
풀렸기 때문이다.
살면서 진짜 수없이 실패만 한 것
같은데 올해는 내 적성에 맞는 옷을
다시 찾아 입었고, 계획도 정말 잘 세워서
잘 풀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이 길어서 누가 다 읽을지 모르겠는데 ㅋㅋㅋ
만약 누군가 읽고 있다면
꼭 원하는 일을 잘 찾아서
잘 풀리길 바란다.
다음글은 진짜로 올해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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